누군가는 당신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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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record/하루 중 하루

누군가는 당신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다

by 지끈 2020. 12. 26.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혹은 이미 겪었을 수도 있는 일상을 글로 남겨본다. 이건 일기일 수도 있고 어쩌면 소설일지도 모른다. 나의 모든 기억을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억은 쉽게 왜곡되기도 하니까. 왜곡된 기억일지도 모르는, 내가 기억하는 나의 하루 중 하루.

 

 

누군가는 당신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다

 

 

 

 

 집 근처에 작은 세탁소가 있다. 나의 아버지 연세 즈음 되시는 분이 운영하시는 작은 세탁소다. 사투리를 쓰는 것을 보면 경상도 분이신 것 같다. 말투가 다정하진 않지만 무심한 듯 친절함이 느껴진다. 나는 자취를 하는데 집에 다리미도 없어서 다림질이나 관리가 필요한 옷은 웬만하면 드라이클리닝을 맡긴다. 그래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방문을 하곤 했었다.

 나는 7월 중순부터 제주도에서 지내고 있었고, 예상보다 오래 제주도에 머물게 되어 가을 옷을 가지러 10월 말 즈음 집에 잠깐 들렸다. 그때 제주도에서 입었던 여름 옷을 맡기러 세탁소에 갔다. 나는 며칠 뒤 다시 제주도에 가야 해서 옷을 두 달 정도 후에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사장님도 별다른 이유는 묻지 않고 알겠다고 짧게 대답하셨다. 12월 중순에 제주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옷을 찾으러 세탁소에 갔다.

 

 "안녕하세요. 옷 찾으러 왔어요."

 아저씨는 "일찍 왔네요." 라며, 옷을 건네주셨다.

 나는 "아뇨, 제가 너무 늦게 왔죠." 라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옷을 두 달 후에 찾으러 온다고 해서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걱정하셨단다. 회사가 망한 건 아닌지 진짜로 걱정하셨다고 한다. (참고로, 나는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아저씨는 아직 회사를 다니는 걸로 알고 계신 것 같다.) 아저씨는 다시 한번 "괜찮아요?" 라고 물어보셨고, 나는 별일 없었다고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옷을 찾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걱정해 주셨다니...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옷을 맡기러 갈 때 아주 잠깐씩 이야기하는 게 다인데 나를 걱정해 주시다니. 생각지도 못하게 위로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누구인지를 떠나서 그냥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가끔 주위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도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지구를 넘어 깜깜한 우주에 혼자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더라도 지금 누군가는 당신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혼자라고 생각이 들 때면 어디선가 나를 걱정해 주고 있을 누군가가 있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 걱정이 진짜 걱정이 되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된다. 그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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