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프사로 시작된 설렘과 그 끝
본문 바로가기
Daily record/하루 중 하루

카톡 프사로 시작된 설렘과 그 끝

by 지끈 2020. 11. 29.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혹은 이미 겪었을 수도 있는 일상을 글로 남겨본다. 이건 일기일 수도 있고 어쩌면 소설일지도 모른다. 나의 모든 기억을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억은 쉽게 왜곡되기도 하니까. 왜곡된 기억일지도 모르는, 내가 기억하는 나의 하루 중 하루. 

 

 

카톡 프사로 시작된 설렘과 그 끝

 

 

 카톡 프로필 사진이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바뀐 순간 설렘은 끝이 났다. 그 순간의 감정은 ‘와’ 이 한마디면 충분했다.

 

 제주도에서 생활한지 두세 달 정도 지났을까. 어느 날 그에게서 카톡이 왔다. 제주도에 놀러 온다는 내용이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그는 휴가를 내고 제주에 온다고 했다. 이틀은 친구가 오기로 했고 하루는 마침 나도 시간이 되어 함께 다니기로 했다.

 

 1월 초에 본 것이 마지막이니 8개월 정도 만에 본다. 단둘이 보는 건 대학생 때 밥 한번 같이 먹은 이후 처음이다. 오랜만이라 어색하진 않을까? 사실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 그와 제주도에서 둘이 여행을 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제주도에 길게 머물고 있었고, 그는 휴식이 필요했을 거라. 서로의 상황이 잘 맞아떨어진 거라 생각했다.

 

 평소에도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그가 제주도에 왔다 간 후로, 몇 번 더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육지에 갈 일이 있었고, 제주도로 돌아가는 길에 보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하필이면 그가 출장을 가는 날이었다. 나는 다음날 일 때문에 제주도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날 밤 비행기를 놓치지 않은 걸 아직도 후회한다.

 

 그 후로 내가 제주도에 있는 동안 한 번 더 오기로 했다. 숙소도 예약하고, 식당도 미리 예약하면서 하루하루 설레는 맘으로 지냈다. 그리고 그가 오기까지 한 2주 정도 남았을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사 일 때문에 못 오게 됐다는 연락이었다. 애써 괜찮다 말했지만, 아쉽고 서운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진짜 회사 일 때문일까? 뭔가 변화가 있었을까? 이렇게 엇갈리는 건 인연이 아닌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을까. 그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어 있었다.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그렇게 설렘은 끝이 났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3~4년 동안 그와의 연락은 없었다. 그에게 먼저 연락을 한 건 나였다. 그가 전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이 카톡 프로필 사진에서 사라진 그때… 아마 또 한동안은 연락하지 못하겠지.

 

 제주도는 이상한 섬이다. 사람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걸까?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이들한테 연락이 오는 걸 보면. 그게 아니면 연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거겠지.

댓글